본문 바로가기

스물아홉 여자사람

June 11, 그리스전


                                                                                  photo by hs,


두근거림일까, 두근거림일지도. 아주 오랫만에 나는 출근길 햇살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웃을 수 있었다. 2002년, 수천 명 군중 속에서의 길거리 응원전. 2006년, xx일보 인턴으로써 현장 취재, 그리고 2010년. 직장인이 된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모습으로 한국을 응원하고 있을까. 선물 받은 응원용 빨간 티셔츠는, '답답한 라운드, 나를 찢어주세요.'라며 방에 걸려있는데, 당췌 옷에 손을 대본 일이 없는 나로써는 가위를 들었다가 덜덜덜 손을 떨고 내려놓은 상태.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응원 파티들은 축구 오덕 여자사람을 향해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스포츠 경기를 보면 유독 입이 험해지는 여자사람은 집안에서 이미 '호감 있는 남자랑은 절대 경기 응원을 하지 말것-'이라는 미션을 받은지 오래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사람은 시원한 스미노프 뮬 하나 손에 쥐고, 엉덩이 들썩여가며 슈팅 하나에 울고 웃는, 이상적인 토요일을 그리고 있다.

꽁기꽁기한 심장,
대한민국 화이팅.


'스물아홉 여자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Jun 15, 살자꾸나, 오래도록.  (3) 2010.06.15
Jun 12, 누군가가-  (13) 2010.06.13
Jun 9, 객사  (19) 2010.06.09
Jun 2,  (7) 2010.06.02
May 31, 화장 못하는 여자.  (4) 201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