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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Oct 31, 시월의 마지막 밤에-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참 넓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둘러봐도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 각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넘쳐나는 일들.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밀려올 때 즈음, 내게 주어지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기회라는 이름이 되기도, 음식 메뉴가 되기도, 이성에 대한 필터이기도 하다.

  나쁘지 않은 한숨을 길게 내쉬다 보니,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한달을 세달처럼 살아온 기분이다, 하루가 36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감사함을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신체의 건강함에, 자의반 타의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 그리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감사하다.

  단 한가지, 어느 순간부터 비워진 마음 한 구석이 가끔 비명을 지르긴 하지만 이또한 괜찮다. 기대하지 않고 소망하지 않으니, 그저 그런 채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여자는 감정의 일정 부분에 타협한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썩어 들어가는 곳을 방치한 채로, 전부를 버릴 수야 없지 않은가.

 


  세상은 넓다.
  할일이 많다.
  사람도 많다.

  그리고 선택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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