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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o it is.

Jan. 29 여자의 겨울은 메마르지 않다, 메마르지도 않지만 피어나지도 않기 마련이라고, 여자는 말한다. 다크써클이 무거운 출근길 지옥철과 한숨이 잦아지는 퇴근길을 반복하며 여자의 겨울은 그렇게 흘러간다. 한때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손뻗은 일도 많았던 그런 소녀였다. 언젠가는 필름 카메라 달랑 들고 얼어버린 호수 위를 걸으며 셔터를 누르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현실이 바쁘고 단 하루도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없는 서른살의 여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아직, 메마르지 않았다고 되뇌이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먼지 앉은 카메라를 들고 나서야지- 더보기
Jan.27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사사로운 것에 얽매인 내가, 그 얽매임에 익숙해진 내가 동물원 우리 안에 서성이는 동물들과 다를 바 무엇인가 싶어.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아이패드를 보면, 거 무에 쓰는 물건인고 물어보는 끼니를 거르면, 거 못쓴다며 한사코 상 앞에 끌어앉히는 원초적인 본능이 전부인 순수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런 상상. 해가 지면 그저 방에 누워 창문 밖 소리에 귀기울이다 잠이 들고 해가 뜨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어느새 잠이 깨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 목적을 가진 타의는 그 어디에도 없는 자연 속의, 자연스러운 하루 하루는 어떨까. 조금은 허름한 이면지에 펜을 들어 몇마디 말을 끄적이는 것도 좋겠지. 그러다가 키보드 소리와 딱딱한 촉감이 그리워질 때 즈음 살며시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거야. 이러한 달콤.. 더보기
Jul 9 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 행복, 사랑, 여유-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리스트에 '건강'이 추가된 것은 응급실로 차를 몰던 새벽 세시 즈음이었다. 만 하루를 진통제로 버티고 몸이 뒤틀리는 통증에 응급실로 가는 차 안에서 울음이 터진 것은 단지 아프기 때문이었을까. '바빠서', '일이 많아서', '아직은 젊으니까'라는 수많은 핑계로 병을 방치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진통제 처방을 받으면 바로 고통에서 해방될 것 같았는데 1차 투여에도 통증이 가시질 않아서 2차 투여를 받는 순간, 머리가 핑 돌며 아 이렇게 쓰러지나 싶은데 응급실이라 누울 병실조차 없던 현실. 결국 스스로를 챙길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는 후문. 지난 몇 달, 다친 것은 마음 뿐이 아니었구나.. 더보기
May 1, 퇴색 즐겁다, 맛있다, 재밌다, 슬프다, 아프다, 괴롭다, 이 모든 감정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hue가 빠질대로 빠져버린 느낌. 대체 이 내 삶에 어떤 필터링이 치고 들어온 것인지 스스로 무뎌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인지, 여자는 알 수가 없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더보기
Apr 17, 때문- 진심으로 '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야-라고 말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더이상 잡고 갈 이유가 없다-라고 느낄 지경에 이른 연유는 단지 내가 지쳐서일까 정말 그러한 때가 되었기 때문인걸까. 심신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되었는데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것은 이미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과거의 그 어느 시점에 이미 놓았기 때문이리라. 그 어느 쪽이 사실이든, 슬픔이 덜한 결론은 없구나- 더보기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는 동안 새카맣게 타버린 속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단말마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않았다. 거친 바람에 쓸려간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절망이라는 이름의 현실이다. 더보기
겁쟁이 언제나 그 마지막은 아픔으로 얼룩진 결말이라며 상처를 두려워하는 여자는, 그저 되뇌일 뿐.. 더보기
Mar 7, 그런 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의심이란 미명하에 스러지는 그런 날'이 있다. 본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 기회비용을 따지는 것은 이를 악무는 것과 비슷하다. 더보기
Mar 4, 눈이 녹으면 봄이 된다고 했던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겨울이 끝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유독- 몸고생 마음고생이 많았던, 눈물로 얼룩진 나날이었다. 그 많은 번뇌와 고민들을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단 한가지 자명한 사실은 나 혼자서라면 분명 버텨내지 못했을 시간이었다는 것. 굴곡이 심한 나란 사람의 곁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준 어른 한 분과 아이 한 명의 배려 덕분에 지금 이 순간까지 걸어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선배님이라 부를 수 있는 전력을 갖고 계신 그 어르신은, 비록 이제 사회가 지어준 인연은 끊겼어도 아마 오래도록 내밀한 관계의 멘토로 모시지 않을까 싶다. 후자의 아이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내 가치관에서는)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일부분을 인정'하게 만들어버린.. 더보기
Feb 19, 입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옷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에서의 쇼핑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유독 마음에 들어 고민이 되는'쇼핑이 있다. 결국, 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옷을 고르는 과정에서 다시 '입어보지 않고 사도 알 수 있는'옷과, '입어 봐야만 확실한 핏을 알 수 있는'옷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내 자아에 대한 일은 전자가 되겠고 타인과 연관된 일은 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옷은 손에 들고 있는데, 입어볼 것인가 입고 나서 구매할 것인가 입고 나면 구매해야 하는가 입고 나서 구매하지 않았는데 집에 와서 후회하지 않을까- 아니면 가뜩이나 지치고 복잡한 삶, 그냥 내려놓고 가게를 걸어 나올 것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우유부단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나란 사람. 남들은 쉽게 사기도 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