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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Aug 27, 나는, 덧없이 슬프기 마련이다.

 



  이른바 '문화'가 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날이다. 글을 깨우치고, 어설프게 연필을 잡던 아이의 집에는 항상 책이 풍족했다. 제 또래의 큼지막한 글씨의 동화책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늘어나는 책까지, 해가 뜨기 전부터 잠들기 전까지 책장을 넘겨대도 책이 부족할 날이 없었다. 그리고 음악. 아이의 어머니는 클래식부터 올드팝까지 아우르는 취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녀의 딸이 거실에 진열된 LP판을 꺼내어 턴테이블에 얹을 때까지의 시간은 고작 몇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제 컴퓨터를 갖게 되던 9살,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다. 종이에 담겨있던 텍스트는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지게 되고, 인터넷이 보급화되면서 생성된 온라인 사회는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도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0과 1로 이루어진 생산적인 산물들, 아이는 그 모든 것과 뒤엉켜 성장한다.

  '감수성이 풍부해서 좋겠어요'라는 말은 뒤집으면 곧, 그만큼 방어력이 떨어지고 자극에 노출되기 싶다는 말이 된다. 작게 받을 상처도 크게 벌어지고 그에 따른 고통 또한 커지기 마련이니, 웃을 일보다 그렇지 못한 일들이 비일비재한 우리네 삶을 살아가는 나는, 덧없이 슬프기 마련이다.









 아이야,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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