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일정표를 부욱, 뜯어내었다.
미세하게 남아있는 테이프의 흔적들.
아무리 떼어내도 영, 깔끔스럽지 못하다.
사랑도 이별도 그러했다.
상처 주지도, 받지도 않을 거에요.
마음 놓고 해봐요.'라는 그의 말.
아마도 그 때 그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흔적 없이 깨끗하게'라는 테이프의 광고문구를 몇달이 흐른 지금에 와서 탓해봐야 소용 없듯이
너덜거리는 마음을 그 사람의 눈앞에 들이대며 지난 추억마저 퇴색시킬 용기는, 내지 않아도 괜찮다.
- 내나이 스물일곱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