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물아홉 여자사람

Jun 7, 양립과 공존 사이-

 




  '양립까지는 좀 그렇고.' 그러면 공존-정도로 해둘까? '그래, 그정도.'


  몇 달만에 메신저로 물꼬를 튼 절친이라는 이름의 두 청춘남녀는 오랫동안 쌓여 있었던 자신들의 근황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 여자는 자신의 생활과 연애를 평행선상에 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말아먹기 일쑤다-라는 한탄을 하고 그나마 공존-정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남자는 그것도 다 소용 없는 일이라며 한숨을 쉰다. '알파걸은 외로운 법이야.'라는 남자의 말에, 알파걸이 되어 외로우면 그나마 위안이라도 되는거지. 이건 뭐 베타걸 수준인걸- 여자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녀는, 무언가 감정이 요동칠만한, 기쁘거나 괴롭거나 인생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순간이 오면 그때 만큼은 그렇게 혼자인 내 자신이 작아 보인다고 중얼거린다. 남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하지 마. 언제나 그렇듯 네 문제는 '선택'이지.' 예를 들면, 지금은 어떤? '지금은 그냥 일만 해. 너로써 살아. 선택의 기로,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이야기합세.' 그게 뭐냐며 여자는 남자를 향해 눈을 흘긴다. 그럼에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남자는 떡볶이같은 손가락을 들어 여자의 볼을 쿡, 찌른다. '괜찮아. 잘 할 수 있어.' 어느새 고개를 숙인 여자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나머지 이야기는, 역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 응, 그래.
  '어디든 뛰어갈테니.' 응, 알아.


  '절친이어도, 난 누구처럼 장례비용 다 못대.' 


  여자는 십여년 전 그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몫을 살고 있는 자신을 상기하며 애써 웃어본다.


'스물아홉 여자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Jul 10, 연애를 못하는 이유-  (12) 2010.07.11
Jun 8, 오래 살아.  (4) 2010.07.09
Jun 4, 잊지 못하는 원죄-  (1) 2010.07.04
Jun 2, 아침이 두려운 이유,  (0) 2010.07.02
Jul 1, 피폐함 혹은 그 무엇-  (0) 201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