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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May 16, 그래도 아직은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그래도 아직은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화창한 어느 일요일 아침, 16살 먹은 강아지와 나란히 창가에 앉아 한탄을 한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20대 후반이란 나이, 그래도 마지막 숨 다할 때까지 여자이고 싶다며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중얼거린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날도 수능을 보고 돌아오던 날도 네가 원하는 것은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렸지 그렇지 않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에서 풀풀 썩은내가 나더라. 사람 나이로 치면 백살이 다 되어갈 이놈은 시시콜콜한 이 속내를 다 들어주는 유일한 생명체. 더 이상 산책도 할 수 없고 던져주는 장난감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소울 메이트, 나의 멘토.

  아기때, 꼬물거리며 내 품에 안기던 녀석이 이렇게 늙어버린 것도
  마음껏 감정에 충실할 가슴 떨리는 사랑따윈 없다는 사실도
  새삼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눈물을 자아낸다.

  스물여덟의 여자는 화창한 어느 일요일 아침, 16살 먹은 강아지와 나란히 창가에 앉아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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