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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May 25,


 

                                                                              photo by delight


  그립고 그립다. 사랑 받던 시절, 빛나던 그 때, 언제나 마음으로 충만하던 나날들. 우정 혹은 호감과 사랑 사이, 타이틀이야 어떻게 붙이든 그 순간의 즐거움이 그립고 그립다.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웃으며 잠들고 웃으며 일어나던 과거의 그 어느 날.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이 배신과 탐욕으로 뒤엉켜 모든 것을 등지게 만들기 전까지 나는 감히 행복했노라 말하고 싶다. 나는 그대들이 참 좋았다. 셔터 한 번 한 번에 열정을 담아, 한 롤의 필름을 위해 충무로를 서성이는, 까페 테라스에 앉아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일까지 그대들과 함께였기에 나는 나일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이라, 작은 물 흐림에도 내밀한 관계의 사람들은 서로 상처를 받고 흩어지게 되었다. 살갑게 서로를 챙기던 언니 동생이, 잘 따르던 선후배가, 와해되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더라. 나는 변명을 들을 생각도 없었고 내 입장을 표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였다. 외부적인 압력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에 반응한 그 자신 만큼은 참된 자아가 아니던가.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겠다, 상처를 받고 시작한 인간 관계에서도 나는 그대들의 웃음에, 쉽게 줘버리는 내 정에 못이겨 다시 한 번 인간이라는 존재를 믿게 되었던 모양이다. 언니, 이번주에는 여기 가서 케이크 먹을까? 단비야, 학교 끝나고 홍대로 넘어와서 저녁 먹을래? 주말에 시간 나는 애들이랑 모여서 공원이나 갈까? 아직도 눈을 감으면 낯익은 목소리들이 귓가를 맴돈다. 가진 것 없는 나란 사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던 그대들,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아직도 옛 사진들을 보면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당신들도 그러한가. 그립고도 그리운가, 우리의 그때 그 시절이.

  사랑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다정함이 오가는 관계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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