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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Nov 15,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것 열정이, 관계가, 생각의 심도가 나란 사람을 내리누를 때-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 그저 놓고 돌아설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아무리 정답이 없는 인생이라지만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에 심취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좁디 좁은 개미굴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회의는 최소한 오답은 아닌 것이다. (적어도 나란 사람에게 있어, 내가 생각하는) 일과 사랑은 너무나 닮아있다. 할수록 빠져들고, 딱히 없다고 생을 유지하는 데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윤택함이 덜해지는 정도. 깊이 환호하고, 때론 투덜거리면서도 어느새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 참으로 비슷하지 아니한가. 사회적 인정과, 따스한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내가 아니어도 이것은 유지되는 현상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 순간을 마음껏 즐겨 보지도 못하고 언제나 돌아설 준비를 하는 나약한 인간.

  낯선 행성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자신감이 충만한 강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이성적인 사고에 충실하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

  그런 내가 돌아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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