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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Sep 26, 그 정열이 그리워지는 나날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알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 요즈음이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나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면을 거쳐 표현하는 필터링 없이도 이미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귀여운 오만이었단 말인가. 어느 날, 그렇게 그 사람과 결별하고 다양한 종류의 인간상에 휩쓸리며 살아온 지난 몇 년은, '읽어내는 눈'과 함께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기'의 스킬을 선사해 준다. 아, 실제로 100% 구현된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스킬은 다시 없을 지도. 하지만 이런 면과 분리할 수 없는 양면성은, 보다 객관적인 사고를 위해 돌아가는 시냅스의 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이런게 늙어가는 기분일까나-'라는 씁쓸함이 밀려온다는 사실. 유치할 정도로 정의감에 휩싸인, 똑바로 앞을 바라보던 그 시선은 사라진지 오래이며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각종 신경성, 스트레스성 질환을 피하기 위해 유들유들하게 눈에서 힘을 뺀, 세상에 타협하는 여자의 시무룩한 얼굴 뿐이다. 내 기대상에 부합하지 못하여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여기까지, 이정도면 뭐, 하긴 이럴 수 밖에 없겠지-등등의 이런 저런 미지근한 생각들로 마음을 채워가며 +도 -도 아닌, 0에 가까운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익.숙.해.지.다.

  때로는 수도 없이 데였지만
  그 정열이 그리워지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