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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1, 눈물도,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그 고요하던 새벽, 인적 하나 없는 도쿄의 시내를 터벅터벅 가로질러 편의점에서 오니기리와 푸딩을 사오던 길. 혼자임에도 혼자가 아니던 그 시절의 나는 무서울 것도 없었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던 아가씨였다. 가끔 그 시절의 꿈을 꾼다. 그런 날은 하루가 유독 힘들다. 어쩌면,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닐까. 이 길이 과연 내게 맞는 길일까. 단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저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닐런지. 정답은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오답임에는 분명한 나날. 눈물도,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고요해지다. 숨막히는 정적이여- 더보기
I need something.. 하늘을 바라볼 작은 여유, 까페에서 책장을 넘길 여유,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미소지을 여유, 내가 나를 사랑할 여유.. 이 많은 것을 뒤로 하고 앞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일까, '오기' 때문일까.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을 납득시킬 수 없음에,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걷는 길이 외롭기도 외롭다. 한때는 야근이니 마감이니, 부러울 때가 있었지만 정작 일상이 되고 나니 상상처럼 그리 아름답지도, 뿌듯하지도 않더라. 이 얼마나 가련한 착각인가- 이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가 걷는 이 길이 현재의 내게 최선의 선택임을, 많은 것을 포.. 더보기
Nov 15,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것 열정이, 관계가, 생각의 심도가 나란 사람을 내리누를 때-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 그저 놓고 돌아설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아무리 정답이 없는 인생이라지만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에 심취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좁디 좁은 개미굴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회의는 최소한 오답은 아닌 것이다. (적어도 나란 사람에게 있어, 내가 생각하는) 일과 사랑은 너무나 닮아있다. 할수록 빠져들고, 딱히 없다고 생을 유지하는 데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윤택함이 덜해지는 정도. 깊이 환호하고, 때론 투덜거리면서도 어느새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 참으로 비슷하지 아니한가. 사회적 인정과, 따스한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내가 아니어도 이것은 유지되는 현상일 뿐-이라는.. 더보기
Oct 31, 시월의 마지막 밤에-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참 넓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둘러봐도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 각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넘쳐나는 일들.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밀려올 때 즈음, 내게 주어지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기회라는 이름이 되기도, 음식 메뉴가 되기도, 이성에 대한 필터이기도 하다. 나쁘지 않은 한숨을 길게 내쉬다 보니,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한달을 세달처럼 살아온 기분이다, 하루가 36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감사함을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신체의 건강함에, 자의반 타의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 그리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감사하다. 단 한가지, 어느 순간부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