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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0 May 20, (5)

May 20,

스물아홉 여자사람 2010.05.20 23:56 |

  굳이 따지자면, 나는 '들어주는 사람'쪽에 가깝다. 교과서 암기는 참 죽어라고 못했는데 사람들 이야기는 귀에 쏙쏙 잘만 들어와서 본인도 잊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게 다반사이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자면)그저 흘려 들은 일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탓에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내가 '귀 기울여 잘 들어 주는구나.'라고 판단하게 된다. 게다가 자상한 엄마 밑에서 보고 자란게 사람 care하는 것이라 나는 또 가볍든 무겁든 내게 썰을 풀어놓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응대해주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러다 보니 할 말 다하고 받고 싶은 위로 다 받은 사람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화를 마치고, 나는 내 자신의 이야기는 영 풀어내지 못한채 뒤돌아서는 것이다. 음식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나는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존재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에 취약하다. 글을 쓰고, 사진에 감정을 담아내는 것은 이미 자아라는 필터링을 거친 허구의 산물이다. 이런 내가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은 손가락 다섯도 채 못되는데, 참고 참다가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 고민, 문제들을 이야기 하는 순간은 매번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내 기대치가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 내 자신이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취하지 않았을 무신경한, 이기적인, 혹은 너무나 속내가 드러나는 각각의 반응들을 지켜 보고 있으면 평소 그들을 포함, 대화창에 내 이름만 뜨면 미친듯이 달려들어 주저리주저리 속내 꺼내기에 바쁜 기타 지인들에게 정도는 달라도 진심으로 응대하는 내가 참 맑은 병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나는 만족하지도 못하고 되려 기분이 나빠진 채로 대화를 끝내고야 만다.
  심리학과를 나와 어딘가의 기관에 들어가 상담일을 업으로 삼았어야 했을까.

  나를 받아줄, 내가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지구 반대편 그 어딘가에서 일찌감치 죽어버린 모양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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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진찍는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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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량토끼 2010.05.21 00: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가끔 미친듯이 얘기를 들으라고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들어주는 대상에게 입은 열어도 귀는 열지 않더군요...
    그런 사람들을 대하고나면 고기먹고 이에 낀거 빼내지 못한것(-_-; )처럼 답답한건 솔직히 부인못하겠어요~
    ritsubee님! 마구 말하는 것보다 들어주는게 오히려 '능력'에 가깝단 생각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더욱 찾게 되는지도...
    죽어버린게 아니예요~ 만나는 순간이 더딘게 아닐까요? ^^;
    한밤의 글은 위험(^^; )하지만 살짝 남겨보고 갑니다.
    (말하고 보니 이건 위로도 아니고 뭐...;;; )

    • Favicon of http://ritsubee.tistory.com BlogIcon 사진찍는글쟁이 2010.05.23 09: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왠지 혼난 기분인데요 ; ㅂ; (울먹울먹~)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보면
      좋게 좋게 흘러가겠..(정말??)

      저와 비슷한 부류를 만나기 전까지
      만족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 _-;

      그때까지는 다이어리나 열심히 써야겠어요. 아하하-

  2. Favicon of http://www.namja77.com BlogIcon namja 2010.05.21 02: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일단 난 살아있다는.

  3. 불량토끼 2010.05.23 13: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악 -ㅁ-;; 혼낸거 아니라는... 정말 응원한거라는!
    (와닿지 않은 응원따위;;;... -_- 흠~3)
    다이어리 열심히 쓰시며 나중에 만족할 만한 대상이 나타나면
    이렇게 기다려왔다고 보여주실 수 있길...!
    아자아자!!! (o'0')o

    • Favicon of http://ritsubee.tistory.com BlogIcon 사진찍는글쟁이 2010.05.23 2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으하하, 난잡한 글이어도 이해해준다면,
      머리에 이고 다녀야겠어요. 목 운동좀 해놔야지;

      성별도 연령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소울 메이트란.

      월요일 전에 맛집 글 하나 올리려고 발악중입니다.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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