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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Jan 2, 두 마리 토끼- 새로운 길이 열렸다. 반쯤은 내가 두드려서, 반쯤은 그쪽에서 문고리를 돌렸기 때문에. 정작 현실로 들이닥치자 나는 당황한다. 두근거림에 앞서 찾아오는 불안감. 제3자로써 '잘 아는 것'과 책임을 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글 몇자 끄적이는게 전부인 에디터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확히 1년 전 '왠지 이 일, 재미 있겠는걸~'이라는 심정으로 타 회사에 이 직책으로 이력서를 넣었다가 보기 좋게 미끄러진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 오늘, 전화를 한 통 받게 된다. (아무래도 작년의 회사는 비쥬얼MD에 치중되어 있는 업무였고, 지금 오퍼받은 직책은 딜을 책임지는 바이어-) 부서를 옮기고, 새로운 직책을 맡아 보지 않겠냐는.. 더보기
Dec 21, 눈물도,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그 고요하던 새벽, 인적 하나 없는 도쿄의 시내를 터벅터벅 가로질러 편의점에서 오니기리와 푸딩을 사오던 길. 혼자임에도 혼자가 아니던 그 시절의 나는 무서울 것도 없었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던 아가씨였다. 가끔 그 시절의 꿈을 꾼다. 그런 날은 하루가 유독 힘들다. 어쩌면,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닐까. 이 길이 과연 내게 맞는 길일까. 단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저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닐런지. 정답은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오답임에는 분명한 나날. 눈물도,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고요해지다. 숨막히는 정적이여- 더보기
alone, *상기 이미지는 촬영을 위해 연출된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혼자가 되는 순간, 나누었던 그 마음은 모두 과거가 되었다- 나는, 너는, 우리는, 그 순간의 우리는 어디로 가버린걸까.. 더보기
I need something.. 하늘을 바라볼 작은 여유, 까페에서 책장을 넘길 여유,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미소지을 여유, 내가 나를 사랑할 여유.. 이 많은 것을 뒤로 하고 앞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일까, '오기' 때문일까.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을 납득시킬 수 없음에,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걷는 길이 외롭기도 외롭다. 한때는 야근이니 마감이니, 부러울 때가 있었지만 정작 일상이 되고 나니 상상처럼 그리 아름답지도, 뿌듯하지도 않더라. 이 얼마나 가련한 착각인가- 이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가 걷는 이 길이 현재의 내게 최선의 선택임을, 많은 것을 포.. 더보기
Nov 18, 추억은 어디에- 오랫만에 취재차 인사동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아기자기한 까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지금은 없어진 그러나 어린 시절의 내가 꽤 좋아하던 '귀천'이라는 전통찻집이 떠올랐다. (이 시점을 기해, 존경하는 고 천상병 시인의 아내 목여사님께 애도를 고한다. 하지만 허허,웃으며 소풍 끝내고 돌아가신 그분의 곁에서 도리어 행복하시지 않을까,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해보기도..) 인터뷰를 하며 가게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것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권도 버리지 않고 소장중이라는 두꺼운 방명록 노트들. 처음에는 그저- 사진작가님이 공방 촬영을 가신 틈을 타서 몇 장 넘겨볼 심산이었다. 한 장, 두 장, 함께 이곳을 찾은 연인들의 소중한 추억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눈물 자국을 남긴 .. 더보기
그곳에 네가 있을까- 마음을 어딘가에 두었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저 내일을 기다릴 뿐.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그곳에 네가 있을까- 더보기
Nov 7, 스노우 맨 *상기 이미지는 Coffee Bar K와 관련 없는 이미지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꼭 반년만에 Coffee Bar K를 찾았다. 아니, 일본 긴자에서 Coffee Bar K 본점을 찾겠다고 30여분을 헤메다가 겨우 들어갔던 기억을 되살려보니, 반년 만은 아니구나. 모히토를 마실까 하다가 2006년을 추억하며 깔루아밀크를 시켰다. 아니, 이또한 오더하는 와중에 '토요일 밤에 마시기에는 너무 약하죠'라는 믹솔로지스트(바텐더)의 나지막한 충고에 화이트러시안을 시켰으니 버젼 업한 감이 있겠다. 지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구형태의 카빙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사랑이에게 던져주면 핥아 먹겠다, 굴리고 놀겠다 등의 농담을 구사하며 술잔을 비워갔다. 적당히 취기가 오를 때쯤, 동행인은 반쯤 비워진 모히토를 앞에 두고 한 잔을.. 더보기
Oct 31, 시월의 마지막 밤에-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참 넓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둘러봐도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 각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넘쳐나는 일들.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밀려올 때 즈음, 내게 주어지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기회라는 이름이 되기도, 음식 메뉴가 되기도, 이성에 대한 필터이기도 하다. 나쁘지 않은 한숨을 길게 내쉬다 보니,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한달을 세달처럼 살아온 기분이다, 하루가 36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감사함을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신체의 건강함에, 자의반 타의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 그리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감사하다. 단 한가지, 어느 순간부터.. 더보기
거짓 거짓으로 점철된 그 가증스러운 입술, 그 입으로 감히 사랑을 논하지 말지어다. 더보기
Oct 25, 마음 먹기-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살아가는데 장애가 있을 정도는 아닌데 꽤나 깨작깨작하니 신경쓰이던 일이 있었다. 매번 움찔거리는 통에 '아, 너 아직도 거기 박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빼내지도 못하고 무시하지도 못한 채로 나는 한참 동안이나 속을 썩였던 것 같다. 게다가 이놈의 가시는 어찌나 눈치가 없는지, 쪽집게로 빼내려고 하면 요리조리 피하며 더 깊이 파고드는 통에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를 마음속으로 수십 번은 외쳤던 기억이 있다. 결론은, 여전히 박혀 있다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어찌 마음에 드는 사람만 만나랴, 이렇게 가시 같이 하찮은 존재감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대상이 있다. 물론, 비단 사람 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사건이 될 수도, 사물이 될 수도 있겠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