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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May 31, 이제 너무나 지쳤다고-

 



  이제 너무나 지쳤다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맞이해야 하는 아침을, 더이상 견딜 수 없다고. 예전과는 다르게 역력히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일도,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얽매이는 것도, 이제 정말 한계라고. 나는 너무나 여린 사람이라, 착하고 순진해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연약함이 아니라, 두툼한 피부 대신 얇은 판막으로 덮인 채 살아가는 사람이라,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조차 큰 파동으로 다가와 마음을 울려댄다.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형제가 없으면, 외롭지 않나요?' '외롭지 않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아왔더니 외로운지 모르겠어요.' 내가 기억하는 네다섯살 시절부터 나는 이미 매일밤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와 혼자 잠들던 아이였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혼자 편하게 누워 뒹굴거리며 다른 집들은 형제끼리 서로 누으려고 싸운다던데, 나는 다행이지 위로하던 아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내게 주어진 상황에 전적으로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든,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어떤 집단에 속하든, 나는 하루 하루가 죽도록 외롭고 고독했다. 부모님들의 전적인 사랑도, 응원도, 그 어떤 지원도 비어있는 이 마음 한구석을 채울 수는 없었다. 단지 그 공허함의 정도에는 변동이 있기 마련이지만, 내 인생 단 한번의 시즌을 제외하고는 진심으로 충족되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웃고, 떠들지만 그것은 나 본인에게 있어 상당히 낯선 모습일 뿐이고 오롯이 혼자가 되는 상황이 오면 다시금 오래된 이 외로움과 조우하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든 커다란 동물이든 아니면 자욱한 안개라 할지라도
  이렇게 너덜거리는 나를 꼭 안아주고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괜찮다고. 네가 나쁜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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