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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Apr 23,


  생각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다. 영면으로 접어드는 것에 대한 아슬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여섯살 꼬마 시절부터 한국에서는 사촌끼리 결혼할 수 없다는 말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예를 들며 코가 새빨개지도록 울어댔던 국민학교 3학년을 지나 20대 현재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 책을 읽는 것 다음으로 즐거웠던 것은 바로 사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렇게 원하던 '머릿속에서 뽑아내어 현실로 구현하는'科의 일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 기획, 마케팅, 광고, 이 모든 범위를 넘나드는 일은 마치 놀이동산과도 같아서 이 내 한몸을 들었다 놨다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것이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지고 심신이 지쳤어도 땀에 절은 머리를 하고 한번만 더, 이것까지만'을 외치며 엄마의 손을 잡아 이끄는 어린아이가 되어 있다면 생에 첫 직장에서 느끼는 이러한 즐거움으로 여타 자잘하고도 고질적인 스트레스 정도야 두 눈을 찔러대며 참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요는, 살아 있는 느낌이라는 것.

  퇴근할때야 그만둔다,사업할까, 만가지 생각이 교차해도 다음날 아침 여섯시면 눈이 반짝 떠지는 것은 이곳이 내 자리이기 때문이겠지.
  퇴근 전 블로그에 잠시 들어와 끄적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기획서를 위한 아이디어들로 바쁘다. 달려라, 신입사원 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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