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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o it is.

소년이여, 시인이 되어라. 밖으로 나온 것은, 23시간 하고도 24분 여의 일이었다. 집 앞 카페를 목적지로 챙겨든 것은 한 개의 결제 수단과 두 개의 전자기기. 메뉴를 묻는 여자에게, 위에서 다섯번째의 여섯자리 커피요-라고 답한 것은, 방탈출 셀프미션을 완수한 업적(23시간 24분 만에-)에 대한 기념비적인 선택이었다. 분명 카페 방문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앞서 말한 미션과 밀려있는 업무를 위한 환경 조성에의 의지. 하지만 이 결연한 의지는 카페 구석에 앉아 노트에 펜을 끄적이던 남자에 의해 변모되고 마는데.. 그는 16~17살 남짓,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되었을까 싶은 소년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카페 안에 존재하는 3번째 인간에 불과했으나, 오렌지비앙코를 내려놓고 그에게 다가간 주인 여자와의 대화 속에서 그는- 절망적인 단어에.. 더보기
miss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내 이름 석 자에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아니,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 했고 대부분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찬란했던 20대를 보내고 찾아온 30대는 시작부터 힘들었지만 적어도 희망은 살아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다시 행복해지리라.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리라. 이 근거 없는 순진한 믿음은, 대학교에 입학만 하면 살이 쫙쫙 빠지고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엄마들의 유혹처럼 진실은 아니어도 확률상 이루어질 수 있는 Fact였다, 내게, 작년까지는.드라마에 응당 주인공이 있고 엑스트라가 있듯이, 누군가의 삶에도 할당받은 배역은 있기 마련이다. 로코든, 신파든, 스릴러이든 각자 본인들이 주인공이기 마련이고.. 하지만 이 당연한.. 더보기
하는 소리, 우는 소리, 악쓰는 소리, 찢어지는 소리, 토하는 소리, 비명, 절규, 신음소리,미쳐가는 소리, 이 모든 것이. 더보기
Mar 27. All or nothing- 전부이길 원하지 않았지만 원할땐 곁에 있었으면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당연한 일상이 내겐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그래서 난 여전히 혼자, 죽을 때까지. 더보기
Mar 15. 임계점이 무너지는 소리- 균형이 깨지는 순간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책임져야 하는 것, 책임지고 싶은 것,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쓰러져 죽을때까지 숨이 차오르도록- 도망치고 싶어지니까. 임계점이 무너지는 소리 살면서 몇 번이나 더 버텨낼 수 있을까- 더보기
Mar 13. 어디에 있었느냐고. 언젠가부터 보이는대로의 무채색 세상에 맞추어 나의 색을 버리고, 마음을 버리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것은 단 한순간의 일이었다. 이렇게 익숙하고 반가운것을 그 동안 난, 어디에 있었느냐고. 언젠가부터 네 주변만은 아름답게 보여서 더럽힐까 싶어 선뜻 다가서지도 못하고 맴돌았는데 네가 들어온 것은 단 한순간의 일이었다. 이렇게 마음이 시릴 정도로 내 사람같은 넌, 어디에 있었느냐고. 더보기
Jul 18. 막막한 나날들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처럼 공략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혹자는 뻔한 지름길이 있다면 인생 너무 재미없지않겠냐고 웃을 수도 있겠다. 허나, 무진기행 속에 사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헤치고 나아가도 끝없는 안개만이 반긴다면 어느 순간 지친 얼굴로 주저 앉는 나를 발견해도 그 누가 탓할 수 있으랴. 길을 헤메어도 좋다. 굴러 떨어져도 괜찮다. 몸에 묻은 흙이야 털고 일어나면 되고 흐르는 땀은 닦아버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단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일은 오늘과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 더보기
Oct 3. 그때의 나에게는 뭐가 그렇게 어려웠던걸까. 믿음이란 놈,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믿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들과 닳고 닳은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가슴을 치고 지나갈 때 비로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신에게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된다. 불신은 단절을 낳고, 단절은 상처를 낳는다. 이 오래된 순환고리는 누가 먼저인지도 알 수 없이 그저 마음을 갉아 먹으며 그렇게 존재한다. 사실, 간단하게도 할 일은 단 한가지였다. 그저 믿어 주는 것. 실로 그것이 진실이 아니었다 해도,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나는 일백프로 진실했는가. 내 기준에서의 그렇다는 자신감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상대방이 아니고 상대방이 .. 더보기
Mar 7. 균열, 그 미세함에 대하여 아주 사소한 거짓말 하나, 아주 흔한 자기방어 한번, 아주 작은 균열, 그 미세함이 주는 디테일한 감정의 변화는 분명 '작지 않다'. 여기서 가장 큰 이슈는, 본인처럼 '작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작지 않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앞가림을 하지만 '그저 작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크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전자보다 필터링을 덜하게 되는 것. 문제는 바로 바로- '작지 않다'라고 판단하는 이들과, '그저 작다'라고 여기는 이들이 만났을 때부터. 각자의 나라,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사람들 속에 살아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서 초콜릿 박스처럼 여러 맛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온다. 이제 우리는 '균열'없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균열'을 어떻게 .. 더보기
Feb. 26 "나"로서 살아갈 수 없다면 "미래에는 그런게 나오지 않을까." "?" "몇 시간동안 감정을 없애는 거야." "감정을?" "그래, 감정을. 기계처럼 묵묵히 일만 하면 시간도 빨리 갈텐데.." '일하는데 스트레스가 정말 많구나, 이 친구.'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일에 지친 동료의 푸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곧 이러한 말도 안되는 신기술이 절실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좋을 때는 하염 없이 좋다, 하지만 이 좋을 때가 힘든 순간으로 변모하는 순간 그곳은 더없이 잔혹한 지옥이 된다. 아프다, 힘들다, 슬프다, 괴롭다, 이 모든 감정을 버릴 수 있다면 좋다, 기쁘다, 행복하다 긍정적인 감정들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나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Yes를 외치며 두 손으로 이를 찬양하고 무릎을 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