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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Apr 29,

 
  오랫만에 푸른 하늘이었다. 서늘한 바람만 빼면, 가히 봄이구나 믿을 정도로 쾌청한 날씨. 그런 좋은 날에 말단 신입은 감히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휴대폰을 꺼낸다. 두세개의 신호등을 지날 때까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병원에 들어 섰는지, 무슨 검사를 했으며 약은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느 순간 나는 안방 침대에서 깨어났으며 일어나자마자 접속한 회사 메일함에는 대여섯개의 메일이 쌓여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엇을 기억해내려 하는지조차 자꾸만 잊는 바람에 헛웃음이 나왔다. 분명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리웠으며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고 연락처를 뒤적거리다 기억이 끊긴 것 같다. 회사에서 진통제 네알을 먹었으니, '정말 아플때만 먹어요.'라며 처방받은 병원표 진통제를 홀딱 삼킨건 확실히 남용이었을지도.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와는 또 다른 느낌의 하이함.

  거울 앞, 내가 둘로 보이는 것은 새로운 AR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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