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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Aug 6, 가슴 속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과  타의로 만나지 못하는 것중에 어느 쪽이 더 슬프고 괴로울까?'
  무더운 여름밤, 한 쪽 가슴이 시큰한 사랑을 하는 친구가 이렇게 물어온다. 그리고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 내 인생에, 이 세상에 더이상 그 사람이 없는데도 해는 뜨고 달은 지는거야. 입맛이 없어도 나는 살기 위해 밥을 먹게 되며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거지. 처음에는 말도 못하게 괴롭겠지. 비슷한 뒷모습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남은 사람은 결국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살아가는거야. 아니 오히려, 나중에 혹 만나게 될 그 사람 앞에서 보다 당당해지기 위해, 더욱 열심히 살고 싶어질수도 있어. 힘들고 괴로운 일이 생기면 밤하늘을 보며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십년째 간직하는 낡은 사진 한장은 서랍속에 곱게 넣어두었지. 과거는 과거에 묻어두고 나아가는 것이, 마지막 순간 내 앞에서 사라져 홀로 죽음을 맞이한 내 첫사랑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을 타의로 만나지 못하는 것,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타의?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고 하여도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과 비교할 정도로의 현실적 제약이 존재할 수 있을까? 결국에 외부적 상황을 고려한다던가 상대방을 배려해서 만나지 않는 것 정도겠지. 그것은 타의가 아니라 자의야. 나는 이편이 훨씬 슬프고 괴롭다고 감히 말해줄 수 있어. 흔치 않은,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의 말이니까 어느 정도는 믿어도 돼. 단지, 이 고통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상대가 없다는 것이 너를 더욱 수렁에 빠뜨릴 수 있어. 억지로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아. 하지만, 지지는 마. 네 옆에 그 사람이 없고, 그 사람 곁에 네가 설 수 없다고 해도, 그런 상대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견뎌내면 안될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살아가려 해. 죽을 듯이 아프고 괴로워도, 그것으로 인해 네가 죽는 일은 없어. 우리에겐 소중한 가족들이 있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억지로 잊으려 하거나 놓으려고 발버둥치면 스스로만 더 괴로워져. 나는 그래- 한 번 주어진 인생에 있어 내게 이정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야.






  그래도 역시,
  그 사람과 함께라면.

  인생이 참 아름다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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