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그런게 나오지 않을까."
"?"
"몇 시간동안 감정을 없애는 거야."
"감정을?"
"그래, 감정을. 기계처럼 묵묵히 일만 하면 시간도 빨리 갈텐데.."
'일하는데 스트레스가 정말 많구나, 이 친구.'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일에 지친 동료의 푸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곧 이러한 말도 안되는 신기술이 절실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좋을 때는 하염 없이 좋다, 하지만 이 좋을 때가 힘든 순간으로 변모하는 순간 그곳은 더없이 잔혹한 지옥이 된다.
아프다, 힘들다, 슬프다, 괴롭다, 이 모든 감정을 버릴 수 있다면
좋다, 기쁘다, 행복하다 긍정적인 감정들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나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Yes를 외치며 두 손으로 이를 찬양하고 무릎을 꿇을 것이다.
예전에는 풍부한 감수성과 예민한 성향이 문학적인 소양이나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너무나 살아가기 힘든 돌연변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해 두 해 살아가다 보니, 몇%의 반짝임에 불과한 희열을 위해
다수의 불안정한 감정을 고수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었다.
"나"로서 살아갈 수 없다면
철저하게 목석이 되겠다.
아니, 그래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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