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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Jul 10, 연애를 못하는 이유-

 




  '잊지 못하는 거네요?'

   잊어야 하는건가요, 잊지 않으면 안되는건가요, 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나요-

  '그것이, 다음 사람에 대한 일종의 예의 아닐까요.'

  저는 만났던 사람-들을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존재였던 상대방과 교감했던 그 시간은 분명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의 깊이 만큼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니까요. 그래서 절연하듯, 지우는 일은 불가능한 일임과 동시에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겠구요. 또한 내가 그렇듯, 상대방의 과거도 존중합니다.
  아아, 이 부분이랑 잊고, 잊지 않고는 다르다는것 물론 알아요. 솔직히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 진심에 의한 자의든 배려 차원의 타의든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바에요. 하지만 저는 그래요. 마음에 너무나 깊히 박힌 사람이 있어서, 이 사람을 담고 사는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온전한 나를 보여줄 수 없는거죠. 그런 피상적인 관계는 끝이 보이기 마련이에요. 그렇다고 이 감정이, 미련과 후회로 얼룩진 것은 아니에요. 다만, 스치는 추억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이고 그 와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아련함이 부각되어 눈물이 차오를 뿐이죠. 그저 그뿐이에요.

  '연애를 못하시는 이유를 알겠네요.'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저도, 이제서야 알겠네요. 정리가 되지 못했다-라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엇이 정리이며 무엇을 위한 정리인지도 정의하기가 힘드네요. 보낼 사람은 보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날 준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실행에 옮길 일도 없는 것일까요. 둘이 되고 싶은 욕심이 없는 이유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인지 두려움이 크기 때문인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내밀한 관계에서 오가는 상처가 될 수 있겠고, 이러한 아픔을 감내하면서까지 진행시킬 만한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가슴을 도려낸 듯한 이별을 하고 나는 헛된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제 이것으로 됐다. 사랑 따위.
  그리고 그 어리석은 생각은 오늘날까지 유효한 것이다. 덕분에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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