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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Sep 14, 친구야, 진심으로 축하해.


  사람을 만나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다가
  좋아하는 까페에서 향 그윽한 커피 한 잔에 미소짓는 일.

  잠들기 전,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잘자요- 그러한 한마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하는 것.
  나는 왜 이러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나란 사람을 지난 몇 년 동안 한결같이 바라보던 사람이 있다, 아니 있었다. 그는 '나 드디어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어-'라는 말을 던지고 내 눈치를 살핀다. 사실 이 남자, 참으로 흠잡을 데 없는 건실한 청년이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랑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배려심 가득하고 내 템퍼를 다 이해해줄 수 있는 아량까지 갖추고 있다. 심지어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에도, 그는 변함 없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강아지처럼, 충직한 눈동자. 그 맑은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던 나는 표면적인 관계의 지인들보다도 더, 그를 멀리 하고 있었다. 사실, 나라고 왜 그에게 잘해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생일이면 축하한다, 가끔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가고 쇼핑도 다니면서 친한 친구들처럼 그렇게 지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내 작은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그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질 것인가- 나는 그것이 참으로 두려웠다. 혹시나, 희망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기대하진 않을까. 나는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은 줄 수 없는데, 그러면 결국 이 따뜻한 사람은 상처를 받고 아파하지 않을까. 혹자는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겠다. '당신, 공주병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고 있으므로. 그것은 그가 나를 앞에 앉혀두고 구구절절 읊어 내려 갔다던가 종종 보내던 손편지에 내 너를 사랑하노라- 광고하는 일 같은 일차원적인 표현 방식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다. 그의 눈빛, 목소리, 마음이 묻어나는 행동들, 나는 어느새 나를 사랑하는 그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단지, 그가 나의 사랑이 아니었을 뿐..




  네가 그 사람과 행복해지고, 나에 대한 마음이 걷히고 나면-
  나는 어느 햇살 좋은 날에 네게 연락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커피 한 잔 할래? 우린 친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