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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내가 보는 이 세상 어딘가엔- 나는 너처럼 그 사람이 보고 싶지도. 그립지도 않아. '언제나 내 곁에 있다' 스스로 위안해본 적도 없어. 이유는 단 하나야.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마지막 인사도 우리에겐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내가 보는 이 세상 어딘가엔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어. 더보기
move on이 필요한 시점.. 툭,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나날. 극단적인 판단은 지극히 사양하는 바이나, 진실로 그러하다는 것은 왜곡할 수 없음이다. 근래에 일어난 일을 정리해보면 우선,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살아온 강아지를 떠나 보내야만 했었고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시작한 파트타임은 인간에 대한 실망과 불신감만을 남겼을 뿐이며 가장 의미 있게 사귀다가 결별한 한 남자는 어린 시절, 그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 단점들을 꽤 많이 보완하고 나타나서 데레데레한 삶을 살고 있다. 정직한 타인, 그것도 이성들에게. 첫번째는, 그래도 아파했던 아이인데 억지로 고통스러운 육신에 묶어 두는 것 보다는 아프지 않은 좋은 곳으로 보낸 것이, 모두에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다. 평.. 더보기
Jul 27, 편히 잠드소서.. 한없이 따스한 마음에 아름다운 모습, 한 언니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무작정 차를 몰아 도착한 그곳에서, 수척하지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는 언니와 마주하게 된다. 장례식장 밥이 참 맛있지- 일행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는다. '저녁 먹고 왔어도, 한 술 맛있게 먹는게 예의-'라는 친구의 말에 수저를 든다. 시뻘건 육개장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간다. 아, 정말 맛있네. 우물거리며 밥을 씹어 삼키다가 문득, 고개를 든다. 저 멀리 문상객 옆에 앉아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언니를 본다. 눈이 마주친다. 죄스럽다. 시선을 피한다. 10여년 전, 나는 내 짝꿍의 장례식장에 서 있었다. 수업시간에 손이 시리다며 캐릭터 담요를 무릎에 나눠 덮고, 나의 오른손, 그녀의 왼손을 꼭 잡은채로 수업을 듣기도 했던, 단짝.. 더보기
May 16, 그래도 아직은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그래도 아직은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화창한 어느 일요일 아침, 16살 먹은 강아지와 나란히 창가에 앉아 한탄을 한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20대 후반이란 나이, 그래도 마지막 숨 다할 때까지 여자이고 싶다며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중얼거린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날도 수능을 보고 돌아오던 날도 네가 원하는 것은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렸지 그렇지 않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에서 풀풀 썩은내가 나더라. 사람 나이로 치면 백살이 다 되어갈 이놈은 시시콜콜한 이 속내를 다 들어주는 유일한 생명체. 더 이상 산책도 할 수 없고 던져주는 장난감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소울 메이트, 나의 멘토. 아기때, 꼬물거리며 내 품에 안기던 녀석이 이렇게 늙어버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