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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May 15, 꿈에 나는 24시간의 하루 중 12시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람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르는 장소에 와있고, 낯선 차를 몰고 있으며 심지어 남의 고양이까이 어깨에 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박사님을 찾아갔다. 박사님께서는 부정맥이 있는 내가 행여 뻘짓이라도 하는 날에는 기억을 되찾기도 전에 골로 가기 십상이라며(정말 이렇게 표현하셨다) 신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계를 채워주셨다. 나는 박사님께 GPS도 달아달라 요청하였고 다시 기억을 잃게 된다. 일어나고 나니 왠지 민망한 꿈이었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결심하게 되었다. 시계가 필요해. (아무래도 잃어버린 **** 시계가 영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더보기
May 12, 하루 하루가 정신 없이 흘러가고 있다. 휩쓸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어느새 시간의 흐름 속에 유영을 시작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치열하게, 조금만 더 후회 없이. 욕심이란 놈은 끝없이 늘어나고 잡아먹히지 않도록 정신 차리는 것이 고작인 나날들. 왠지 모를 서글픔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더보기
May 11, 긍정적인 생각, 행복에의 추구. 별 이유 없다. 외롭고 힘들면 생각나기 마련이니까. 이런 날은 가뜩이나 긴 팔이 조금쯤 더 길었으면-하는 큰일날 생각을 한다. 숨이 막히도록 나를 꼬옥 안아주고 싶어. 더보기
May 9, 주말다운 주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소리 없는 불만은 늘어난 몸무게로 돌아오다. 머릿속에 부유하던 그 많은 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더보기
아이폰 사망사건, 하얗다. 내 머릿속도 하얗다. 쥐고 있는 아이폰도 하얗고 들고 있는 내 머릿속도 하얗다. 휴대폰 사용 10여년의 경력을 미루어 짐작컨대, 이 증상은 하드웨어 문제라고 판단된다. 하드웨어. 골치가 더 아파온다. 리퍼 백프롬다. 중고폰이라고 찜찜해하는 내게 본부장님께서는 '단비씨가 쓰던 아이폰보다는 무조건 새 것'이라고 멘션을 날리신다. 왠지 시무룩한 마음이 조금쯤 가시는가 싶기도 하고, 일단 며칠이 걸려도 어쩔 수 없으니 접수 절차나 수월하게 진행되었으면 한다. 뒤집어진 피부에 대한 상담을(주말에 받는 마사지로는 해결이 안되어 인맥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 미루고 미루다 내일 오후 8시로 잡았거늘, 하필이면 오늘 뻗어서 근무시간을 줄어들게 만드는 눈치 없는 아이퐁이가 얄미워 보인다. 이래저래, 당분간 휴대폰.. 더보기
May 6, 2년이 채 안된 애기를 데리고 뮤지컬에 다녀오셨다는 부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어릴때 이것저것 다 보여줘도 너무 아기때는 기억 못하는게 영 아쉽다는 부모님의 투정 섞인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와이프와 귀여운 아들내미 손 붙잡고 다녀 오셨을 부장님을 생각하니 그 그림이 너무나도 예뻐 보이는건 나이 탓이려나.. 100일 된 아기 유모차 태워서 첫 나들이 다녀오신 본부장님 이야기를 들을때 잠깐 스쳐 지나갔던 결혼에 대한 미련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같은 아침에 새삼 재등장하다. 나도 회식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 남편의 휴대폰에 '오빠, 더 늦으면 내일 아침은 빡빡한 밤고구마만 줄테야!!'라는 앙증스러운 문자 메세지를 보낼 수 있는 여자가 되고 싶었는데. 부럽지 않다, 내 길이 아니다, 독신주의.. 더보기
May 1, 친구는, 두달 만이라고 했다. 그렇게 바빴나 내가- 친구의 곱슬곱슬 머리가 예쁘더라. 일주일 전에 펌을 했다면서, 마음에 안들어 자를까 고민중이라는 그 말에 '2주 법칙 ; 머리 펌을 하고 2주일이 지나기 전에는 함부로 머리를 바꾸지 마라. 2주가 지난 후에는 어느 순간 그 어색함이 사라지고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를 들이대며 넌지시 인내를 가지길 권장하였다. 그래놓고; 정작 나는 10cm 가까운 머리를 끊어내자마자 반나절 내내 징징징, 괜히 잘랐어- 괜히 잘랐어!! 기장은 2주 법칙도 통하지 않으니 눈물이 앞을 가릴 뿐이다. 다음달에 아예 더 잘라 버릴지도. 얼굴이 송혜교가 아닌데 그사세의 준영이 머리를 탐낸 벌인가, 집에 들어오니 엄마도 깜짝. 선생님이 잘라준 거 맞냐며- 너무 과감하다고. neway.. 더보기
May 1,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이상향과 진득한 감성이 묻어나는 우리네 삶을 그려가기 위해서는, 주객이 전도되지 않을 만큼의 '현실 파악과 그에 따른 기획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서 내 자식이 난도질 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꿈틀거리는 혀를 지그시 깨물고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돈 수억이 오가는 이러한 시장에서 굳이 제가 추구하는 세계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세상입니다.-라는 되도 않는 유치한 이념을 공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 신념을 신념이라 내세우지 못하고, 기획 의도조차 전해지지 않는 현상학적 해석을 벙어리처럼 듣고 앉아있는 동안 나는 조금쯤 슬퍼지고야 말았다. 같은 이유로 나는 문학의 재해석을 경멸한다. 사전적 개념의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해부대에 .. 더보기
Apr 30, 금모닝이에요-라는 트윗 인사를 보고서야 아, 오늘이 금요일이구나 싶었다. 2월 8일에 입사한 뒤 가장 빨리 지나간 한 주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인데, 까닭인즉슨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실전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한가닥 한가닥 생각을 뽑아내는 것도 즐겁고 강박적으로 병행했던 운동 라이프도 어느 선에서 타협해버렸더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한시간 일찍 출근 도장을 찍는 내게 친구들은 '의외로 회사 체질이었네.'라며 안심의 농을 던졌고 다른 것은 몰라도 일단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보니 일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일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일도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야지. 변수 많은 사람보다 네가 백배는 낫구나. 더보기
Apr 29, 오랫만에 푸른 하늘이었다. 서늘한 바람만 빼면, 가히 봄이구나 믿을 정도로 쾌청한 날씨. 그런 좋은 날에 말단 신입은 감히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휴대폰을 꺼낸다. 두세개의 신호등을 지날 때까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병원에 들어 섰는지, 무슨 검사를 했으며 약은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느 순간 나는 안방 침대에서 깨어났으며 일어나자마자 접속한 회사 메일함에는 대여섯개의 메일이 쌓여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엇을 기억해내려 하는지조차 자꾸만 잊는 바람에 헛웃음이 나왔다. 분명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리웠으며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고 연락처를 뒤적거리다 기억이 끊긴 것 같다. 회사에서 진통제 네알을 먹었으니, '정말 아플때만 먹어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