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0, 연애를 못하는 이유-
'잊지 못하는 거네요?' 잊어야 하는건가요, 잊지 않으면 안되는건가요, 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나요- '그것이, 다음 사람에 대한 일종의 예의 아닐까요.' 저는 만났던 사람-들을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존재였던 상대방과 교감했던 그 시간은 분명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의 깊이 만큼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니까요. 그래서 절연하듯, 지우는 일은 불가능한 일임과 동시에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겠구요. 또한 내가 그렇듯, 상대방의 과거도 존중합니다. 아아, 이 부분이랑 잊고, 잊지 않고는 다르다는것 물론 알아요. 솔직히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 진심에 의한 자의든 배려 차원의 타의든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바에요. 하지만 저는 그래요. 마음에 너무나 깊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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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4, 잊지 못하는 원죄-
나는 나라는 존재가 너란 사람에게 행복을 전해주었다 생각했다. 나로 인해 네가 한 번 더 미소짓고 세상을 아름답다 생각하며 그 무엇보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감히 자신했어. 그래서 네가 삼키고 삼키다가 '나와 만나보지 않을래요-'라는 말을 건넸을 때, 나는 '아, 이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싶다. 느끼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오만은 그 누구도 아닌 네가 가르쳐준 셈이었지, 너의 눈빛,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나와 함께인 순간에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니. 하지만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야 나는 뒤늦게 알게 된다. 네게 사랑을 베풀던 내가, 행복을 전해주었다 생각한 내가 너 없이는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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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0, the ring-
그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테이블 위에 가만히 내려놓더니, 내 앞으로 살짝 밀어주는 그 손길이 마냥 수줍다. 우리, 오늘 처음 만났는데요? 그가 웃는다. 열어봐요- 목소리조차 낯설다. 반지가 두개, 고개를 내민다. 그를 바라본다. 그가 입을 연다. '나는요, 단비씨를 알아가고 싶고, 차츰 알아가게 될 거에요. 그런데 이게 왠지 맞는 수순 같아서.' 애꿎은 커피잔을 만지작 거리던 그. 다시금 입을 연다. '모두 단비씨한테 맡길게요. 누구에게, 언제, 왜, 묻지 않을게요. 궁금하지 않아요. 나는, 답을 알고 있으니까요.' 눈이 마주친다. 진심이 담긴 눈. 나는 반지를 꺼내든다. 마치 거짓말처럼, 손가락에 잘 맞는다. 그리고 남은 하나를 들어- 새벽녘, 꿈을 꾸었다. 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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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8, 넣어둬- 넣어둬.
photo by hs, 살면서 더러운 일은 참 많다. (평소 입은 걸걸한 편이지만 의외로 하드한 단어들은 쓰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 단어를 쓰는 내 자신조차 오염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은 예외로 하자.) 하지만 가장 더러운 것은, 무시하기 힘든 정도의 부당함이 따지고 보면 나라는 사람의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이다. 싸이코같은 군대 고참이든, 젠틀한 직장 상사든, 평소에는 한없이 상냥하고 예쁜 여자 친구든, 나와 연계되어 있는 그 깊이 만큼 그들의 행동은 내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굳이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라는 의문은 닥치고 넣어둬야 서로에게 좋다. 어찌 되었든, 더럽고 치사한 이 어떤 순간은 곧 지나가는 정점이기 마련이고, 점들이 이어져 선으로 구현되는 현실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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