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15, 살자꾸나, 오래도록.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자 기분이 고조된다. 볼은 홍조를 띄고, 고무된 판단력은 하늘 끝까지 날아 올라,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벅차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 내 삶이, 잠이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 투덜거리기 마련이어도 결국에는, 내가 좋으니 영위하는 것 아니던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응당 주어진 일이므로, 거절하기 미안해서, 왠지 정답인 것 같으니까- 위와 같은 이유로 하기 싫은 일을 진행할 만큼 호인은 아닌 것이다 나란 사람. 유난한 기분파에, 단순무식한 성향을 지닌 여자 사람은 달아오른 술기운에 쌩긋, 웃어본다. 작년 겨울, 친구들과 술잔 기울이며 '다시는 연애따위, 하지 못할꺼야.'를 되새김질하던 기억에, 이제 그러한 감성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자신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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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혔다,
신조어, 비속어를 지양하는 나지만, 이 노래에 대해서 만큼은 '꽂혔다-'라는 동사를 써야 하겠다. Ra.D의 I'm in love(piano RMX). 머리가 단순한 탓에, 처음 어떠한 노래를 접할 때에는 반주에 대한 하나하나의 악기를 듣고, 마지막에 들리는 것이 가사가 되는 것이다. 이 곡의 경우에는, 가사가 들어오기 전에 리듬과, 분위기와, 음색에 빠져버려서 딱히 마음에 드는 가사는 아니어도 이미 자꾸 귓가를 맴돈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대뜸 연락할 오빠가 없는 관계로 스스로 익혀 '실행'을 즐겨 쓰는 여자사람이 되었다던가, 전완근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어서 365일 볼 요량으로 검도를 시작했다던가, Jason Mraz의 음악이 좋아서 기타 독학을 했다던가, 흔히들 이성에게서 느끼는 매력을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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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1, 그리스전
photo by hs, 두근거림일까, 두근거림일지도. 아주 오랫만에 나는 출근길 햇살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웃을 수 있었다. 2002년, 수천 명 군중 속에서의 길거리 응원전. 2006년, xx일보 인턴으로써 현장 취재, 그리고 2010년. 직장인이 된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모습으로 한국을 응원하고 있을까. 선물 받은 응원용 빨간 티셔츠는, '답답한 라운드, 나를 찢어주세요.'라며 방에 걸려있는데, 당췌 옷에 손을 대본 일이 없는 나로써는 가위를 들었다가 덜덜덜 손을 떨고 내려놓은 상태.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응원 파티들은 축구 오덕 여자사람을 향해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스포츠 경기를 보면 유독 입이 험해지는 여자사람은 집안에서 이미 '호감 있는 남자랑은 절대 경기 응원을 하지 말것-'이라는 미션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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