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청년과의교류를원했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8.16 Aug 16, 울지 않는 새- (2)

 



    창문을 열어 젖힌다. 채 데워지지 않은 청량한 대기의 내음을 싣고, 한 줄기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창가에 걸터 앉아 토마토를 한 입 베어물던 그는 아차, 돌아서서 부스럭거리며 무엇인가를 한 웅큼 집어 들고 돌아온다. 창문 너머 싸이프러스 나무에 얌전히 앉아 있는 것은 이름 모를 한 마리 산새였다. '오늘은 어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니?' 그는 나무 밑으로 빵 부스러기를 던져준다. 산새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지에서 내려와 톡톡, 얌전히 모이를 쪼아 먹는다. '아무래도 작은 우산 정도는 챙겨가는 편이 낫겠지.' 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모이 먹기를 멈추고 그를 빤히 올려다보는 산새. 그 작은 입이 벌어지며 흘러 나오는 것은 낯익은 멜로디다. 지난 몇 달간 청년의 아침은 이 멜로디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그 날 저녁, 그는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에 당황스러운 듯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의 가방 안에는 아침에 챙겨둔 작은 우산 하나가 있었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는 잔뜩 젖어버린 그의 한쪽 어깨를 보고 자신의 손수건을 건넨다. 아련하게 그녀의 향이 느껴지는 그 손수건을 받아 드는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그리고 멀지 않은 주말에 그들은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서서히 연인이 되어간다. 잠들기 전, 출근 준비에 바쁜 아침에도 그의 휴대폰은 항상 바쁘기 마련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그렇게 찾아 헤메이던 그 무엇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기 전까지 그의 행복은 지속되었다.

  짧게 불타오른, 한 여름날의 사랑이었다. 남자는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연신 눌러대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문득, 그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적막감을 느낀다. 고요하다. 방을 가로질러 창가로 다가간다. 엷은 민트빛의 거튼을 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익숙한 시선이 느껴진다. 여전히 그 자리에, 산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친다. 작은 입이 열린다. 그는 급하게 몸을 돌려 부엌으로 뛰어간다. 며칠 전 사두었던 빵 한 조각을 움켜쥐고 성큼성큼, 창가로 향한다. 창문을 열어 올린다. 새의 입이 닫힌다. '오랫만이네, 자 여기-' 청년은 바싹 마른 빵을 손쉽게 뜯어 내어 나무 밑으로 던져준다. 새는 가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그새 날 잊은거니? 배고플텐데 어서 먹으렴.' 산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날개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이제 청년은 조바심이 난다. 창가를 서성이며 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부산스럽게 몸단장을 마친 산새가 드디어 입을 벌린다. 그 작은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며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는 제 눈을 의심한다. 손을 들어 거칠게 귓구멍을 후벼낸다. 그러나 새의 노랫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청년이 목까지 차오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남은 빵 조각을 나뭇가지를 향해 거칠게 던지려는 순간, 푸드득- 산새는 창공으로 날아 오른다. 그 마지막 날개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그의 팔이 힘없이 늘어지고 던지지 못한 빵 한조각이 툭, 발치에 떨어진다.

  곁에 있어도 함께는 아닌, 그 정도의 거리.
  새가 울지 않은 것인가, 그가 듣지 못한 것인가.


 

신고

'스물아홉 여자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行ってまいります  (4) 2010.08.31
Aug 27, 나는, 덧없이 슬프기 마련이다.  (1) 2010.08.27
Aug 16, 울지 않는 새-  (2) 2010.08.16
Aug 6, 가슴 속에-  (6) 2010.08.06
Jul 29, 떠나다.  (2) 2010.07.30
Jul 28,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1) 2010.07.28
추천부탁드려요 ~~~ `
한RSS추가 구글리더기추가 올블로그추천 블코추천
Posted by 사진찍는글쟁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fineness.tistory.com BlogIcon 그날엔그대와 2010.08.16 01: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새 소리가 왜 들리지 않는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월요일도 화이팅입니다.^^

  2. 김경옥 2010.08.19 17: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마치 철로의 레일 처럼...
    영원한 시간을 ..
    서로 평행하게 달려야만 하는 슬픔과도 같은 인연...

    산새는 울음 울지만
    아마도, 그가 들으려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사람이란 동물은..
    언제나 저 보고픈 것만 보려하고, 저 듯고픈 것만 들으려하는 ...
    이기적 유전자로 똘똘뭉친 존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