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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사람

May 31, 이제 너무나 지쳤다고- 이제 너무나 지쳤다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맞이해야 하는 아침을, 더이상 견딜 수 없다고. 예전과는 다르게 역력히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일도,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얽매이는 것도, 이제 정말 한계라고. 나는 너무나 여린 사람이라, 착하고 순진해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연약함이 아니라, 두툼한 피부 대신 얇은 판막으로 덮인 채 살아가는 사람이라, 작은 감정의 소용돌이조차 큰 파동으로 다가와 마음을 울려댄다.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형제가 없으면, 외롭지 않나요?' '외롭지 않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아왔더니 외로운지 모르겠어요.' 내가 기억하는 네다섯살 시절부터 나는 이미 매일밤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와 혼자 잠들던 아이였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혼자 편하게 누워 .. 더보기
May 30, 이런 기분. 오랫만에 맛집 블로그(Reignman님이 강력하게 원하시는 불타는 아이스크림에 대하여-)나 하나 쓸까 싶었는데, 이 또한 오랫만에 랩탑이 뻗은 것이 아닌가. 언젠가 Win7으로 밀어야지, cd를 받은 것 같은데 어느 구석에 두었던가. 가뜩이나 데이트의 부재에 대한 공허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주말의 끝자락에 서 있었는데 모처럼 마음먹은 일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2년전 찍어 두었던 이 사진 한 장이 문득 생각남은 무슨 이유일까. 그나저나 이 사진은 왜 이리도 어두운거람, 암부를 제대로 살리고 싶은데 포토샵을 누르면 파업으로 들어가는 랩탑 덕분에 불만족스러운 게시 강행. 이제 두시간 뒤의 축구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나. 저녁 외식 나가신 부모님은 언제 돌아오실까, 이놈의 방울 토마토는 왜 이렇.. 더보기
May 27, 생일 축하해 우리 비키.. 1995년 7월 비 내리던 어느 오후, 내게 처음으로 동생이 생겼다. 2010년 5월 27일, 올해로 열여섯이 되는 우리 비키, 김비키. 혈액암 판정을 받은 이후, 매끼마다 쓰디쓴 약을 챙겨 먹이며 우리 가족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운다. 긴 말은 쓰지 않으리. 아직 이렇게 열심히 버티는 우리 비키에 대한 추억을 정리할 이유는 조금도 없으니까 말이다. 나의 하나뿐인 동생, 우리 엄마 아빠의 하나뿐인 아들, 비키, 우리 비키. 올해도 생일 축하한다.. 더보기
May 25, photo by delight 그립고 그립다. 사랑 받던 시절, 빛나던 그 때, 언제나 마음으로 충만하던 나날들. 우정 혹은 호감과 사랑 사이, 타이틀이야 어떻게 붙이든 그 순간의 즐거움이 그립고 그립다.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웃으며 잠들고 웃으며 일어나던 과거의 그 어느 날.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이 배신과 탐욕으로 뒤엉켜 모든 것을 등지게 만들기 전까지 나는 감히 행복했노라 말하고 싶다. 나는 그대들이 참 좋았다. 셔터 한 번 한 번에 열정을 담아, 한 롤의 필름을 위해 충무로를 서성이는, 까페 테라스에 앉아 느긋한 오후를 보내는 일까지 그대들과 함께였기에 나는 나일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이라, 작은 물 흐림에도 내밀한 관계의 사람들은 서로 상처.. 더보기
May 23, 정상적인 집안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 중에도 천한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반대로, 남들이 정상이다 일컫는 상황이 아닌 환경이나 가방 끈을 일찍 놓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품격 있는 사람들은 분명 많다. 후자를 감안해볼 때, 전자 내에서 말씨가 곱지 못하거나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멀쩡하게 생긴 아가씨 입에서 'f word'나 각종 신체 기관을 속되게 이르며 실행 불가능한 동사를 갖다 붙이는 것을 듣게 되었을 때는 본인이 얼마나 그 화를 주체 못하고 '저 화났습니다.'를 표현하고 싶은지를 이해해주기 전에 저 아가씨의 부모님이 저런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허탈하실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러워진 내 귀를 씻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 더보기
May 21, ※ 상기 이미지는 실물과 다를수 있습니다. 오랫만에 샹그리아 한 잔 하고, 기분이 좋아진 나. 이거 뭐 오두막으로 찍은것보다 아이퐁이 잘찍은 기분? 필카 생활도 접고, 사진 찍는 친구들도 만날 시간이 없다보니 이렇게 소소한 사진 한 장 한장이 너무나 소중해지다. 오늘 하루 신나게 먹고 즐기고, 놀았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지옥의 다이어트를.. + 그나저나 오랫만에 샹그리아 마셨다고 다시 도진 와인에의 유혹은 코스트코에서 Martinellis GoldMedal Apple Juice 4병을 사는 것으로 달래었다. 더보기
May 20, 굳이 따지자면, 나는 '들어주는 사람'쪽에 가깝다. 교과서 암기는 참 죽어라고 못했는데 사람들 이야기는 귀에 쏙쏙 잘만 들어와서 본인도 잊은 것을 기억하고 있는게 다반사이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자면)그저 흘려 들은 일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탓에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내가 '귀 기울여 잘 들어 주는구나.'라고 판단하게 된다. 게다가 자상한 엄마 밑에서 보고 자란게 사람 care하는 것이라 나는 또 가볍든 무겁든 내게 썰을 풀어놓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응대해주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러다 보니 할 말 다하고 받고 싶은 위로 다 받은 사람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화를 마치고, 나는 내 자신의 이야기는 영 풀어내지 못한채 뒤돌아서는 것이다. 음식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나는 내가.. 더보기
May 19,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고, 미련을 갖지 않으면 얽매일 일도 없다. 이것은 비단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인간 관계에서 그리고 공적인 일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모르는 바 아니라고? 마음 먹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입을 삐죽이는 몇 사람이 보인다. 그 어려운 마음 먹기도 나락으로 떨어져 수십 번 바닥을 치고 올라오다 보면 이렇게 사느니 마음 고쳐먹는게 살아 남는 방법이겠다 싶은 시기가 온다. 그 시기를 무시하고 다시 이전의 일을 반복 하는가, 아니면 인생이 공허하게 느껴지더라도 한 번 시도해 보는가는 각자의 몫이 되겠다. 나? 나는 금일 새벽 후자를 택하게 된다. 인생 별 거 없지만 인생이 no big deal인 것은 아니다. 보다 명민하고 지혜롭게 살아가고 싶다. 더보기
AR(augmented reality)의 좋은 예, * 원래 블로그에 스크랩은 하지 않는 원칙이 있으나, 트위터에 올리기엔 사이즈가 큰 관계로 부득이하게 포스팅. 얼굴인식AR, 유저 컨텐츠(상품평or후기)로 구축된 시스템이며 이에 대한 연계 프로모션으로는 sns연동이 가능하겠다. 더보기
May 16, 그래도 아직은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그래도 아직은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화창한 어느 일요일 아침, 16살 먹은 강아지와 나란히 창가에 앉아 한탄을 한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20대 후반이란 나이, 그래도 마지막 숨 다할 때까지 여자이고 싶다며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중얼거린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날도 수능을 보고 돌아오던 날도 네가 원하는 것은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렸지 그렇지 않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에서 풀풀 썩은내가 나더라. 사람 나이로 치면 백살이 다 되어갈 이놈은 시시콜콜한 이 속내를 다 들어주는 유일한 생명체. 더 이상 산책도 할 수 없고 던져주는 장난감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소울 메이트, 나의 멘토. 아기때, 꼬물거리며 내 품에 안기던 녀석이 이렇게 늙어버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