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7, 편히 잠드소서..
한없이 따스한 마음에 아름다운 모습, 한 언니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무작정 차를 몰아 도착한 그곳에서, 수척하지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는 언니와 마주하게 된다. 장례식장 밥이 참 맛있지- 일행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는다. '저녁 먹고 왔어도, 한 술 맛있게 먹는게 예의-'라는 친구의 말에 수저를 든다. 시뻘건 육개장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간다. 아, 정말 맛있네. 우물거리며 밥을 씹어 삼키다가 문득, 고개를 든다. 저 멀리 문상객 옆에 앉아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언니를 본다. 눈이 마주친다. 죄스럽다. 시선을 피한다. 10여년 전, 나는 내 짝꿍의 장례식장에 서 있었다. 수업시간에 손이 시리다며 캐릭터 담요를 무릎에 나눠 덮고, 나의 오른손, 그녀의 왼손을 꼭 잡은채로 수업을 듣기도 했던, 단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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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1, 껍데기-
걷고 있는데, 내가 없다. 웃고 있는데, 내가 없다. 손에 들린 수저로 밥을 떠 넣으려는데, 받아 먹을 입이 없다. 내가 없다. 없다. 없어졌다. 이상한 일이다. 어느 순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소용돌이를 남겨둔 채, 내가 사라졌다. 홀로 남은 껍데기는 그저 주어진 일을 하게 된다. 언젠가 혹 돌아올지 모르는 영혼을 위해, 지치도록 움직이는 것은 썩지 않기 위함이다. 이 껍데기라는 놈은 지극히 단순하기 마련이라, 한 번 태엽을 감아주면 제 힘이 다할 때까지 삐걱거리며 괭이질을 한다. 밤이 가시고 아침이 오면, 내리쬐는 태양과 데워지는 대지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이마에 땀이 송글거린다. 흐르는 땀이 눈을 적셔도, 채 따가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잘 되었다, 기계적으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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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0, 연애를 못하는 이유-
'잊지 못하는 거네요?' 잊어야 하는건가요, 잊지 않으면 안되는건가요, 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나요- '그것이, 다음 사람에 대한 일종의 예의 아닐까요.' 저는 만났던 사람-들을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존재였던 상대방과 교감했던 그 시간은 분명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의 깊이 만큼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니까요. 그래서 절연하듯, 지우는 일은 불가능한 일임과 동시에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겠구요. 또한 내가 그렇듯, 상대방의 과거도 존중합니다. 아아, 이 부분이랑 잊고, 잊지 않고는 다르다는것 물론 알아요. 솔직히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말, 진심에 의한 자의든 배려 차원의 타의든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바에요. 하지만 저는 그래요. 마음에 너무나 깊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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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4, 잊지 못하는 원죄-
나는 나라는 존재가 너란 사람에게 행복을 전해주었다 생각했다. 나로 인해 네가 한 번 더 미소짓고 세상을 아름답다 생각하며 그 무엇보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감히 자신했어. 그래서 네가 삼키고 삼키다가 '나와 만나보지 않을래요-'라는 말을 건넸을 때, 나는 '아, 이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싶다. 느끼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오만은 그 누구도 아닌 네가 가르쳐준 셈이었지, 너의 눈빛,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나와 함께인 순간에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니. 하지만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야 나는 뒤늦게 알게 된다. 네게 사랑을 베풀던 내가, 행복을 전해주었다 생각한 내가 너 없이는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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